화가의 연기
회화는 단순한 시각적 환영의 재현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술을 바탕으로 물감이라는 물성을 다루는 남다른 기능을 벗어나 대상의 리얼리티 라는 현실 속에 베어 있는 대상의 참다운 존재를 재현하는 것을 회화라고 할 수 있다.
화가의 그림은 회화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상의 참다운 존재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가 자신이 대상이 되어 보는 것, 마치 일종의 연기자와 같이 그 배역이 되어 연기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좋은 연기자는 그 배역의 존재를 수용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대상의 존재를 재현한다. 단순히 시나리오를 기술적으로 해석하고 리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화 역시 그림의 대상이 되어보는 과정, 즉 대상의 존재가 되어 보는 과정을 통해 대상의 리얼리티를 재현하게 되며, 결국 단순한 그림에서 회화로 격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연기자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는 한계, 화가와 그의 회화가 결코 대상의 존재가 될 수 없는 것 마저 유사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회화는 화가의 연기이다.

시든 해바라기, 고개숙인 해바라기
시든 해바라기는 생명을 다한 죽은 식물의 해바라기이다. 
그리고 고개숙인 해바라기는 시들어 버린 해바라기를 마치 사람의 형상처럼 의인화하여 마치 나이 많은 노인의 삶을 투영하게 하는 표현적인 서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삶은 존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래된 사물이라든가 시들어 버린 식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발견하게 되며 동시에 나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된다.
특히 지금까지 어떠한 삶이었는가 라는 과거의 회상이 중요한 근거로 작동하여 나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해석한다.
이렇듯 기억은 삶과 존재를 인식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번 출품작은 이전의 해바라기 시리즈와 다르게 시든 해바라기의 기억을 표현하고 하였다.
그 기억의 공간은 매우 구체적이지 않으며 마치 4차원의 공간처럼 유추할 수 밖에 없는 공간과 같다.
복잡하고 거대한 담론의 삶과 죽음을 기억이라는 공간으로 풀어보고자 한 것이 이번 작품의 의도이다.
◼️김남표
​

---

More Exhibitions

The Hole, 2024

The Relevance of the Beautiful,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