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 Scene
JIMIN CHAE
JIMIN CHAE
Jimin Chae, Rookie Recognized You, 112.1x112.1cm,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Chilling Out in the Calculated Space, 72.7x90.9cm,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You Will Never Know Where They Are, 145.5x291cm(2pieces),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The Bridge Wasn't There, 40x116.8cm,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The Bridge Wasn't There, 40x116.8cm,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She Isn't Belong to Anywhere, 65.1x100cm, Oil on canvas, 2020
Jimin Chae, 입체도형연습 _구, 31.8x31.8cm(3), Oil on canvas, 2020
옵스큐라(Obscura)는 채지민의 《Select Scene 장면선택》전시를 오는 10월 23일부터 12월 12일까지 개최한다. 회화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물리적 평면성과 환영적 공간감 사이를 사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비어있지만 비어있지 않은 물체, 한 공간에 있지만 마주하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차단된 긴장감과 역설적인 조화를 담은 장면들을 선보인다. 채지민의 환영적 공간은 화이트 큐브 공간인 옵스큐라에서 더욱 평면화되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관객을 이끈다. 옵스큐라의 윈도우에서 선보이는 대형 작업 <You Will Never Know Where They Are>를 비롯해 15여점의 신작이 전시된다.
채지민은 회화의 평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미지 사이에 단절과 소통을 배치하며 현대적 회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번 《Select Scene》 전시 시작과 함께 그의 작품집 『CHAEJIMIN PAINTINGS』(옵스큐라, 2020)이 출간된다. 본 책은 전시된 작품과 더불어 그의 최근 작품들을 함께 보며 작가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옵스큐라는 코로나19상황에서 온·오프라인 다방면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열어두었다. 내부 관람 영상과 작가 인터뷰, 전시 해설 등의 컨텐츠가 SNS을 통해 공유될 예정이다. 전시장 운영도 윈도우을 활용하여 드라이브 스루 전시 관람, 건물 외부 관람이 가능하고 내부는 사전예약을 통하여 진행함으로써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다양한 관람 형태를 제공한다. ◼️옵스큐라
채지민은 회화의 평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미지 사이에 단절과 소통을 배치하며 현대적 회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번 《Select Scene》 전시 시작과 함께 그의 작품집 『CHAEJIMIN PAINTINGS』(옵스큐라, 2020)이 출간된다. 본 책은 전시된 작품과 더불어 그의 최근 작품들을 함께 보며 작가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옵스큐라는 코로나19상황에서 온·오프라인 다방면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열어두었다. 내부 관람 영상과 작가 인터뷰, 전시 해설 등의 컨텐츠가 SNS을 통해 공유될 예정이다. 전시장 운영도 윈도우을 활용하여 드라이브 스루 전시 관람, 건물 외부 관람이 가능하고 내부는 사전예약을 통하여 진행함으로써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다양한 관람 형태를 제공한다. ◼️옵스큐라
회화 이미지의 존재론
반듯한 화면 위로 깔끔하게 그려진 그림이 펼쳐진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구획한 구성과 흔들림 없이 그리고 채색했을 명확한 선과 면, 그리고 붓질이 드러나지 않는 매끈한 표면. 작품이 설정한 공간 구조는 명확하다. 위로는 하늘이, 아래에는 들판이, 먼 저편으로는 산이 펼쳐지며 전체 화면이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수렴된다.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정확하게 짜인 구조가 화면을 지배한다. 여기에 세트장처럼 미약한 지지대의 지탱을 받고 서 있는 얄팍한 가벽이나 문틀만 있는 문과 같은 요소들이 개입되면서 실내도 아니고 실외도 아닌 공간, 벽이나 바닥이 있다해도 천장 없이 하늘을 향해 뚫린 임시적인 공간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 안팎으로 식물, 그림, 표지판, 자동차, 인물 등이 놓인다. 이 요소들은 아무런 연결 관계나 상호 작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면 공간의 설정은 명쾌하지만 공간 안에 놓인 오브제와 인물의 관계가 부재해 각 요소의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모호한 공간, 이것이 채지민의 회화가 보여주는 장면이다.
채지민은 작업 초기부터 회화의 속성, 특히 회화의 공간성에 주목했다. 그는 그려진 이미지가 갖는 물리적 평면성과 환영적 공간감 사이에서 해소되지 않는 긴장 관계에 천착했다. 사실 이것은 회화의 오랜 역사 속에서 무수한 화가들이 부딪혔던 문제로, 핍진성을 고민했던 화가들뿐 아니라 재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화가들 역시 맞닥뜨렸던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오랜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익히 알고 있는 삼차원과 이차원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작가는 자신이 보았던 대상을 화면에 물감으로 옮길 때 그려진 이미지가 대상의 재현인지, 평평한 화면 위에 채색된 물감층인지, 그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이 괴리감은 그를 회화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이끌어주었다. 작가는 어느 하나에 귀속되지 않고 양자 사이를 넘나드는 이미지의 미결정 상태를 적극적으로 탐색함으로써 회화 이미지의 실재를 연구한다. 그는 자신이 느낀 괴리감을 시각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상에 주목했는데, 하늘 모티프가 대표적이다. 초기작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넓은 면적에 걸쳐 고르게 채색된 파란색은 하늘의 재현인 동시에 평평한 색면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하늘의 재현 또는 그저 색면인 파란색 면은 무한한 공간을 상징하는 하늘과 평면성을 극대화한 푸른색 색면 사이에서 표류한다. 이번 전시 《들판에서》에서 선보인 신작에 등장하는 풀밭 역시 지평선을 향해 드넓게 펼쳐진 공간과 세밀한 붓놀림으로 채운 패턴에 가까운 색면 사이를 왕복한다. 이 불확정성은 작품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회화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괴리감의 표현을 넘어서 점차 확장되고 심화되어 왔다. 화면을 하나의 일관성 있는 전체로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 틈새를 벌리고 이를 가시화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실재 대상을 묘사한 재현물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 자체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그는 일점소실점 선원근법에 따라 하나의 소실점을 중심으로 화면 전체를 조직하는 한편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사물 등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화면 구성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작품 속 요소들은 작가가 오랜 기간 틈틈이 촬영해 온 사진에서 발췌한 것으로 오로지 조형적 고려에 따라 각기 다른 시공간에 속한 것들을 그러모은, 상호 무관한 혼합물이다. 소실점을 향해 도열한 탄탄한 구성의 화면 안에 맥락 없이 뒤섞인 개별 요소들의 분립으로 인해 이질감과 모호함은 더욱 증폭된다.
따라서 채지민의 작품은 매우 명확한 조형 언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에게 불투명하다. 그의 작품이 전제하는 일점소실점 선원근법으로 인해 개념상 보는 이는 철저히 작품 밖의 고정된 시점에 위치한다. 가벽 등의 단편적 공간은 무엇 혹은 어디인지 특정할 수 없어 작품 제목처럼 ‘불특정한 공간’이 되고,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 등의 요소도 작가 개인의 조형적 관점에서 무작위로 선별한 ‘불특정한 주제’인 까닭에 출처의 식별이 불가능하며, 고로 내러티브의 구성이 불가능하다. 보는 이는 작품 속 어떤 이미지에도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만을 재확인할 뿐이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보는 이의 시도는 좌절되며, 작품은 보는 이의 침투하는 응시를 작품 밖으로 튕겨 낸다.
그러므로 보는 이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안은 그림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보이는 대로 보는 것뿐이다. 그 이미지는 이차원의 캔버스 평면도 재현된 삼차원의 공간도 아닌 그 사이를 교란하면서, 이야기 서술에 동원되지 않는 오롯이 이미지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환영도 아니고 전적으로 물리적 실체도 아니다. 명쾌하게 정의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이미지,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이미지, 채지민의 작품은 그것이 바로 회화의 이미지임을 강조한다. 그는 이 해결되지 않는 모호함이 자신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회화를 물고 늘어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설령 잡히지 않는 그림자처럼 모호함이 회화 이미지의 실체라 해도 회화의 죽음이 여러 차례 선언되고 다양한 차원과 감각을 동원하는 새로운 매체가 부상하는 이 시대에 캔버스와 물감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존재하고 가능함을 채지민의 회화가 입증해준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주은정(독립기획)
반듯한 화면 위로 깔끔하게 그려진 그림이 펼쳐진다.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구획한 구성과 흔들림 없이 그리고 채색했을 명확한 선과 면, 그리고 붓질이 드러나지 않는 매끈한 표면. 작품이 설정한 공간 구조는 명확하다. 위로는 하늘이, 아래에는 들판이, 먼 저편으로는 산이 펼쳐지며 전체 화면이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수렴된다.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정확하게 짜인 구조가 화면을 지배한다. 여기에 세트장처럼 미약한 지지대의 지탱을 받고 서 있는 얄팍한 가벽이나 문틀만 있는 문과 같은 요소들이 개입되면서 실내도 아니고 실외도 아닌 공간, 벽이나 바닥이 있다해도 천장 없이 하늘을 향해 뚫린 임시적인 공간이 들어선다. 그리고 그 안팎으로 식물, 그림, 표지판, 자동차, 인물 등이 놓인다. 이 요소들은 아무런 연결 관계나 상호 작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화면 공간의 설정은 명쾌하지만 공간 안에 놓인 오브제와 인물의 관계가 부재해 각 요소의 이질감이 두드러지는 모호한 공간, 이것이 채지민의 회화가 보여주는 장면이다.
채지민은 작업 초기부터 회화의 속성, 특히 회화의 공간성에 주목했다. 그는 그려진 이미지가 갖는 물리적 평면성과 환영적 공간감 사이에서 해소되지 않는 긴장 관계에 천착했다. 사실 이것은 회화의 오랜 역사 속에서 무수한 화가들이 부딪혔던 문제로, 핍진성을 고민했던 화가들뿐 아니라 재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화가들 역시 맞닥뜨렸던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오랜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익히 알고 있는 삼차원과 이차원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작가는 자신이 보았던 대상을 화면에 물감으로 옮길 때 그려진 이미지가 대상의 재현인지, 평평한 화면 위에 채색된 물감층인지, 그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이 괴리감은 그를 회화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이끌어주었다. 작가는 어느 하나에 귀속되지 않고 양자 사이를 넘나드는 이미지의 미결정 상태를 적극적으로 탐색함으로써 회화 이미지의 실재를 연구한다. 그는 자신이 느낀 괴리감을 시각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상에 주목했는데, 하늘 모티프가 대표적이다. 초기작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넓은 면적에 걸쳐 고르게 채색된 파란색은 하늘의 재현인 동시에 평평한 색면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하늘의 재현 또는 그저 색면인 파란색 면은 무한한 공간을 상징하는 하늘과 평면성을 극대화한 푸른색 색면 사이에서 표류한다. 이번 전시 《들판에서》에서 선보인 신작에 등장하는 풀밭 역시 지평선을 향해 드넓게 펼쳐진 공간과 세밀한 붓놀림으로 채운 패턴에 가까운 색면 사이를 왕복한다. 이 불확정성은 작품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회화 이미지에 대한 탐구는 괴리감의 표현을 넘어서 점차 확장되고 심화되어 왔다. 화면을 하나의 일관성 있는 전체로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 틈새를 벌리고 이를 가시화하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실재 대상을 묘사한 재현물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 자체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그는 일점소실점 선원근법에 따라 하나의 소실점을 중심으로 화면 전체를 조직하는 한편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사물 등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화면 구성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작품 속 요소들은 작가가 오랜 기간 틈틈이 촬영해 온 사진에서 발췌한 것으로 오로지 조형적 고려에 따라 각기 다른 시공간에 속한 것들을 그러모은, 상호 무관한 혼합물이다. 소실점을 향해 도열한 탄탄한 구성의 화면 안에 맥락 없이 뒤섞인 개별 요소들의 분립으로 인해 이질감과 모호함은 더욱 증폭된다.
따라서 채지민의 작품은 매우 명확한 조형 언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에게 불투명하다. 그의 작품이 전제하는 일점소실점 선원근법으로 인해 개념상 보는 이는 철저히 작품 밖의 고정된 시점에 위치한다. 가벽 등의 단편적 공간은 무엇 혹은 어디인지 특정할 수 없어 작품 제목처럼 ‘불특정한 공간’이 되고, 작품을 구성하는 인물 등의 요소도 작가 개인의 조형적 관점에서 무작위로 선별한 ‘불특정한 주제’인 까닭에 출처의 식별이 불가능하며, 고로 내러티브의 구성이 불가능하다. 보는 이는 작품 속 어떤 이미지에도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만을 재확인할 뿐이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보는 이의 시도는 좌절되며, 작품은 보는 이의 침투하는 응시를 작품 밖으로 튕겨 낸다.
그러므로 보는 이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안은 그림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보이는 대로 보는 것뿐이다. 그 이미지는 이차원의 캔버스 평면도 재현된 삼차원의 공간도 아닌 그 사이를 교란하면서, 이야기 서술에 동원되지 않는 오롯이 이미지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환영도 아니고 전적으로 물리적 실체도 아니다. 명쾌하게 정의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이미지,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이미지, 채지민의 작품은 그것이 바로 회화의 이미지임을 강조한다. 그는 이 해결되지 않는 모호함이 자신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회화를 물고 늘어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설령 잡히지 않는 그림자처럼 모호함이 회화 이미지의 실체라 해도 회화의 죽음이 여러 차례 선언되고 다양한 차원과 감각을 동원하는 새로운 매체가 부상하는 이 시대에 캔버스와 물감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존재하고 가능함을 채지민의 회화가 입증해준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주은정(독립기획)
채지민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과정(B.F.A.)을 마치고 영국 첼시대학에서 순수미술 학위(M.A.)를 받았다. <들판에서>(노블레스컬렉션, 서울, 2019), <하나의 풍경들>(갤러리엠, 서울, 2017), <In the End, We Are All Alone>(Griffin Gallery, 런던, 2016)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그리고 Art Miami, Art Basel Hong Kong, Art London 14 외 여러 아트페어와 AHL Foundation 레지던시(뉴욕, 2015)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 윈도우 갤러리 : 전시기간 중 07:00~22:00 운영
- 내부 관람 : 수~토, 11:00~18:00
- 코로나19로인해 내부관람은 예약제로 운영됩니다.